잡학모음집

2021 독후감 :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디링도롱 2021. 3. 1. 19:01

아마도 나와 같은 또래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거의 하나의 회사라는 조직에 몸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요즘은 유투버처럼, 어렸을 땐 상상도 못 한 직업으로 일반인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돈을 쓸어 담는 신인류가 탄생했지만, 

누구나 그 유투버처럼 화려한 말솜씨와 감각적인 영상편집 실력 그리고 수 많은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킬만한 콘텐츠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 게 아니기에, 

 

직장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 안에서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직장인들의 삶이란 무엇일까? 

한달 열심히 일해서 들어오는 월급은 그 양이 적건 많건 간에, 어떤 이에게는 꿈 대신 택한 현실이다. 

또 팍팍한 월급쟁이의 삶은 어느 덧 그 그릇도 팍팍한 삶에 맞춰 작아졌는지, 별 것 아닌 거에 늘 날카롭게 날이 서있다. 

 

내 결혼식에 회사의 동료 누가 왔는지, 밥은 얻어먹고 내 결혼식에 축의금도 안 보낸 그 동료...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사생활을 카카오톡 프사에 떳떳하게 올리고, 주력부서가 아닌 백오피스에서 출세와 거리가 먼 직장생활을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지내는 듯한 그 동료가 왠지 얄밉기도 하다. 

동료도 피곤하지만 회사는 또 어떤가, 대표의 말 한마디 그리고 기분에 좌지우지 되는 직장인의 삶이란...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부당한 대우에도 뾰족히 대응할 방법도 없거니와, 내가 엿을 먹이고자 다짐해 봤자 높으신 분에게는 타격감이 1도 없을 것이란 생각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 부당한 처우를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고자 노력하는 삶. 

 

 그런 삶을 위해서 많은 2~30대의 젊은 청춘들은 수 없이 인턴과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삶을 정규직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나름 스펙을 쌓기 위해 선택한 이국의 땅에서 만난 좋은 인연과 꿈이 있었던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2~30대의 청춘들. 

 

그 청춘들의 삶 하나하나를 위트있게 써 내려간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묘하게 공감되는 각 챕터 주인공들의 상황들은 나에게도 1번쯤은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묘한 착각을 만들어낸다. 

 

마치 늘 예민하게 이것저것 따지며 어떻게는 내 커리어를 위해 분주히 살아가는 나와는 다르게 천하태평하게 행복한 누군가를 누엣가시처럼 여겼던 적이 있었던 것 같고, 

 

핀란드 탐페레에서 만난 노인처럼, 10년도 전 쯤 이국에서 나에게 도움을 줬던 어떤 행인 그리고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의 모습도 떠올려 본다. 

 

젊기에 실수도 하고 흑역사도 만들었지만 그래도 나름 가치 있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쳇바퀴 굴러가듯 생활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나처럼 현실에 만족하며 살다가도 어느날 문득 지금의 삶에 이질감을 느끼는 직장인.

작가가 써놓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도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도 않는 타인과의 정확한 선을 구분해 놓고 사는 직장인의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본 듯하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래서, 자기 계발서인 줄 알았는데, 픽션이지만 나와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어쩐지 모를 동질감과 함께 마음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