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포트 사용후기(부제:동생아 미안하다)
요즘은 많이 혼란스럽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곳이 이제는 떠나야할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되면서,
사실 무엇하나에 집중하는게 쉽지만은 않은데, 그래도 회사밖을 떠나면 내 일상은 내 즐거움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즐겁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블로그 쓰는 것도 그중 일부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글을 쓰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사실 회사에서 쓸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이기도 하고 내 개성과 창의보다는 회사가 원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건 쉽지 않은일이다.
그래서 회사속에서 지루해진 글 쓰기가, 회사밖 일상 속에서 손쉽게 다가갈 취미가 되지 않았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하지만 요근래 회사와 상사에 대한 내 개념도 변화하면서 내 삶에도 조그마한 변화가 찾아왔다.
절대적인 존재가 이제 상대적인 무언가가 되면서 절대적인 것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투자하는 시간들이 더 소중해졌다.
무엇하나 전문가가 될 정도로 빠져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는데, 그 중 기타도 있고, 책읽기는 당연히 존재한다.
어제는 동생이, 모카포트를 선물로 사주어 그걸 가지고 집에 있던 원두로 커피를 내려봤다.
모카포트는 과감하게 중국산, 가격대는 2~3만원대 정도 하는 제품인데 이런 감성있는 선물을 준 동생에게 먼저 감사하다.
먼저 박스 사진이다. 옆에 불밭임(?) 같은 것도 있다.
우리집은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저게 꼭 필요하다고 저것도 함께 사주셨다. 동생님은 정말 섬세하시다.
개봉을 해보니, 색상이 이쁘다. 커피색을 고대로 입힌듯한 모카포트다.
이태리 사람들은 어느 상황에서건 모카포트를 챙긴다고 하던데, 이태리 감성으로 커피먹기에는 오늘이 제격이었다.
집에 남아있던 분쇄된 원두를 찾아내어 박스에 써져 있는데로, 커피를 만들어본다.
분쇄원두를 넣기전에 모카포트를 모두 분해해 보았다
아무래도 대륙에서 만든 제품이다 보니, 내부가 깔끔하게 마무리 된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감성이 있으니, 괜찮다.
가스레인지에 모카포트를 올려놓고, 불을 짚인다.
너무 쎄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나의 부주의로 손잡이 부분이 불에 녹아보렸다.
왜 저부분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을까, 아니 그전에 나는 왜 불을 그렇게 쎄게 올렸을까?
사고가 벌어지고 나서야 꼭 "왜"라는 의문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 언제쯤 끝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뚜껑이 뜨거울까봐 장갑을 끼고 열어봤더니, 손에 잡히질 않아 처음에는 뚜껑을 열지못했다.
역시 기다리는 건 내 취향이 아닌지, 언제나 커피가 만들어지는 수시로 뚜껑을 열어봤다.
차가 됬건 커피가됬건, 사실은 사람은 그 따뜻한 음료를 손안에 넣기 위해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따뜻한 차 한잔, 커피 한잔 하면서 내가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음료와 함께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는 법이다.
차를 내리며, 커피를 내리며 물이 흐리는 소리와 올라오는 김을 보며 일상에 지친 내가 한숨 돌릴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게 그 매력이다.
하지만, 유독 커피란 것은 바쁜 현대인의 잠을 깨워주는 보조제로 그저 빠르게 발과 입을 움직이며 신경질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위로가 되어버려 안타깝던 차에, 모카포트를 통해, 다시 한번 기다리고,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