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록

결혼기념일 : 화성 롤링힐스 호텔 다녀온 후기

디링도롱 2020. 2. 23. 13:27

롤링힐스 호텔

 

2020.02.16~17

시간은 참 빠르다. 

1년전 이맘때. 그 때 내머릿속은 "온통 결혼식장에 제대로 도착을 못하면 어쩌지? 밤새 내린 눈으로 사람들이 많이 못오면 어쩌지?"  와 같은 결혼식 걱정으로 꽉 차있었다.

 

다행히 엄청난 실수 없이(물론 예식장측과 드레스업체의 실수는 있었지만, 끝났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지나간 나의 결혼식이 벌써 1주년을 맞이했다. 

 

조촐한 축하를 위해 우리가 함께 가기로 한 곳은 롤링힐스호텔이다. 

집근처에 있는 이 호텔은, 정말 생뚱맞은 공간에 위치한 4성급 호텔로써 현대 해비치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아마도, 근방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연구소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고 생각되는데,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생뚱맞은 곳에 위치한 별장같은 호텔이랄까? 

 

주변 관광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 롤링힐스는 과감하게 스킵하는게 좋고, 화성에 살면서 멀리가는 것 대신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듯이 좀 좋은 곳에서 쉬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추천해 드릴만 하다.

 

무려 4성급 호텔이다. 

정말 생뚱맞게도 이 호텔이 4성급 호텔이며 실내 인테리어 고급스럽다. 

 

내가 왜 이 호텔이 생뚱맞다고 표현하는지 확인해 보고싶다면, 꼭 한 번 이곳에 들려 보길 바란다. 

 

무튼 결혼 1주년을 맞이하여 찾아간 4성급 호텔에 대한 부푼 희망을 가득안고 출입구 부터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곳저곳 찍어댔다. 

 

 

 

롤링힐스 1층 로비 모습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의 로비 모습이다. 

아무래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인지, 일하는 직원분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사실 방문하기 1주일전부터 모르는 02 번호로 전화가 와서 스팸이라고 생각되어 받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호텔에 투숙하기전 해외에 갔다온 이력이 있는지 확인차 연락을 준 것이었다. 

 

비록 1박이었지만 호텔에 머물다 보니 여기저기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각별히 방역이 힘을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롤링힐스 호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빛을 참 잘 활용한 인테리어였다. 

산속에 묻혀있는 듯한 롤링힐스 호텔은 넓은 창을 통해 바깥의 풍경이 하나의 그림인 것처럼 활용 하였다. 

체크인 할 시간인 3시쯤에 넓은 창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눈덮인 나무들과 빛의 따사로움은 왠지 모를 느긋하고 나른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간 우리의 객실이다. 

안타깝게도 욕조는 없고 대신 가든뷰라 눈덮힌 숲과 정원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대충 짐을 풀고 1층 카페로 갔다. 

넓은 면적의 카페는 아니지만 쾌적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제주댕유자차와 쌍화차를 마셨다.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커피 대신 고른 국산차다. 

국산차를 만드는 현대 리조트에 묵었으니 국산차를 마셔줘야지 ㅎㅎ (아재개그) 

 

가격은 역시 4성급 호텔이기 때문인지 가볍진 않았다. 

 

 

요건 메뉴판이다. 

당시 눈이 내린 추운 날씨여서 그런지, 

제주 댕유자차가 몹시 땡겼다. 

진한 맛의 따스한 댕유자차를 마시고 나니, 순식간에 속까지 따뜻해졌다. 

 

어렸을땐 카페에 가면 무조건 달고 맛있는 음료를 고르곤 했었는데, 이젠 하나를 먹더라도 몸에 좋아 보이는 것을 먹는게 습관이 됬다. 

 

인생 오래살아야 겠다는 욕심은 없지만 사는 동안에는 안아프고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때문이다. 

 

따숩게 차를 한잔 마신후에는 가져온 책을 조금 읽고 금새 무료해져서 지하 1층 바(Bar)로 향했다. 

지하 1층엔 수영장 및 사우나 그리고 바(Bar)가 있었는데 각종 오락기에 탁구장 그리고 포켓볼대까지 구비되어 있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았고, 아이와 함께온 가족들은 모두 수영장에서 놀고 있었기에 우리는 바에서 오락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호텔 투숙객은 이것저것 이용해 볼 수 있는게 특히 많았는데, 스쿼시장에선 장비대여도 가능했었던 것 같다. 

미리 알았더라면 운동화와 운동복을 제대로 준비해 오는 건데, 수영복만 준비해 와서 조금 아쉬웠다. 

열심히 놀고, 허기가 진 우리는 호텔 1층에 위치한 The Kitchen 이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롤링힐스 호텔에는 총 2개의 식당이 있는데, 하나는 조식과 석식 뷔페를 제공하는 블루사파이어 그리고 나머지 하는 Fine Dining을 지향하는 듯한 The Kitchen이다. 

 

밥먹을 시간이 되자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블루사파이어와는 달리, The Kitchen은 우리 커플을 포함하고 구속자리에 앉은 가족 딱 2팀 뿐이었다. 

 

어차피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선호하지 않기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The Kitchen에서 바라본 눈쌓인 바깥풍경

 

음식을 주문하고, 해지는 바깥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식전 빵과 버터가 나왔다. 

아쉬운점은 버터가 딱딱해서, 버터를 자를 때마다 접시와 나이프가 부딪혀 딱딱거리는 소리가 났다는 것인데, 딱 2팀만 있는 레스토랑에서 번갈아 가며 딱딱소리가 나니 웃기기도 했다. 

 

주문한 요리는 미트볼 스파게티와 피자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듯 하다. 스테이크를 먹고 싶었지만 점심을 과하게 먹어서 조금만 먹을 생각으로 스파게티와 피자를 주문했는데, 이것도 평소 양이 적은 우리 커플에겐 많은 양이었다. 차라리 피자나 파스타 중 한가지를 빼고 샐러드를 시킬 걸 그랬다.

 

하지만 또, 비싼 돈 주고 풀떼기만 먹자니 아까운 기분이 들어 푸짐한거 시키겠지...

피클을 어찌나 정갈하게 담아주시던지...

 피자에 들어간 치즈는 확실히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먹던 그런 치즈는 아니었다.

뭔가 꼬리꼬리한 내음이, 아 이건 진짜 치즈구나 하는 느낌이 팍 들었다. 

소화를 시킬겸 지하 1층 바에서 게임한판 더하고 객실로 돌아와 둘만의 디저트 파티를 열었다. 

결혼선물로 만들었던 와인인데, 1주년 기념때 마시라고 업체에서 금가루를 넣은 와인 1병을 따로 만들어 주셨었다. 

그 땐, 1주년기념일이 아주 먼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눈 떠보니 벌써 1주년이되었고 이제 이 와인을 마시게 되어 놀라울 따름이다. 

 

 

전날 과식과 과음을 한 탓에, 아침 6시에 일어나 수영장으로 향했다. 

어차피 결혼기념일 다음날은 월요일이라 출근을 해야 했기에,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했다. 

이렇게 한적한 수영장은 처음이었다. 아침 6시라는 시간에는 당연히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고요한 수영장에 들어서니 기분이 색달랐다. 

 

마치 영화 "카모메식당"에서 여주인공이 수영을 했던 장면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잔잔해 지는 것 같았다. 

 

고요한 수영장에서 격렬하게 수영을하고 아침 조식을 먹고 나는 회사로 남편은 집으로 향했다. 

월요일 연차를 낸 남편이 부러웠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간 나 역시, 주말을 알차게 잘 보냈기에 후회는 없었다. 

 

롤링힐스 호텔에서 1주년을 마무리 하면서, 앞으로 결혼기념일은 항상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걱정없이 하루 놀면서 보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됬다. 

 

난 돈 많이 벌면, 1년 중 한달은 꼭 호텔에서 살아보고 싶다. 

 

#디럭스킹 #조식포함 #227.600원